나는 사람에게 Story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Spec이 전자제품이나 다른 디바이스들의 성능이나 능력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지표라면

Story는 그 사람의 오랜 경험에서 만들어진 세상 단 하나밖에 없는 주관적인 아우라(?), 그 무언가..(?)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는 나타낼 수 있는 객관적인 Spec도 물론 필요하지만,

우리의 오랜 경험에서 만들어진 진짜 나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Story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번 블로그 포스팅 처음부터 Story이야기를꺼내는 이유는 Letdar에서의 이틀간의 일 때문이다.



어제 오후 Letdar에 도착하여, 씻지도 않고 방문 잠글 힘도 없이 침대에 기절을 해서

눈을 떠보니 오후 1시였다.


이미, 오늘 트레킹을 하기엔 너무 늦은 시각이며 몸 상태가 아직 호전되지 않았기에.. 나는 하루 더 쉬기로 결정했다.


밥은 든든하게 먹어야 하기 때문에 아침밥은 닷발 셋트로 먹었다.



Lodge는 말 그대로 산장이라, 좁은 방 안에 침대 하나만 달랑 있기 때문에 내 몰골이 어떤지 미리 준비해간 거울이 없으면 확인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렇게 셀카로 내 몰골 상태를 확인..-!

'뭐, 나름 괜찮네.. 살만한가보다'


이 날은 오후 1시에 일어나 밥을 먹고 햇볕 좋은 옥상에 하루종일 앉아있었다.


힘이 없었다.

힘이 고갈되었다..?

힘.. 이라는게 뭘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내 온몸은 엉망이었고.. 포기하고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이쯤하면 됬어, 다시 올라온 길로 내려가자.. 내려가는건 아주 쉬워.., 너가 끙끙거리며 올라왔던 길을 다시 신나게 두 바퀴 위에 몸을 싣고 내려가면 끝인거야.'


내 머릿속은.. 이런 생각들로 가득 차있었다.


'에잇, 모르겠다.. 들어가서 잠이나 자자..'하고 일어서는 순간..

또 핑-;;

머리가 어지럽고 허벅지에 힘이들어가지 않는다.


화장실을 가려면 밖에 있는 야외 화장실을 가야하는데..

그 계단 5개정도 오르내리고 하는데.. 허벅지가 너무 힘들어서 주저앉을뻔했다.


'한계인가.... 정말 이제 내려가야하나..'


그렇게 저녁도 먹지 않고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컴컴한 어둠속에 두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었다.

Lodge에 불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 눈만 뜨고 있었다.

잠도 오지 않았다.


나는 이 날부로 내 영어이름을 지었다.

'Letdar'라는 마을이름에서 't'를 뺀 'Ledar(레다르)'를 내 영어이름로 하기로 했다.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그래-!! 오늘까지 쉬어보고, 내일 아침에 올라갈지.. 내려갈지.. 결정하자-!'




다음날 아침,




무슨 생각이었을까?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 아깝다는 생각?

지금 내려가면 영 끝이라는 생각?

이제와서 포기 못한다는 생각?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
기회는 한번이니까?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자동적으로 짐을 꾸렸다.
내려갈 짐이아닌, 올라가기위해 짐을 꾸렸다.

아침도 든든하게 먹었다.
가장 비싼 달밧 정식셋트로..

몸이 완전하지 않았다.
조금 회복은 되었으나, 아직 어지러움도 남아있었고..
무엇보다 허벅지에 힘이들어가지 않았다.

조금 가다가.. 쉬고..
자전거에 내려서 끌다가 또 쉬고..
길 바닥위에 드러누워서 5분 정도 잠을 자고..
다시 일어나서 오르고..
가다가 멈추고 또 가다가 멈추고를 반복했다.



문득 들었던 생각이..


'내가 이 고생을 왜 할까?'

....

'왜 굳이 돈을 써가면서..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할까..'



Annapurna의 절경이 내 눈앞에 펼쳐졌지만,

내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언제쯤 Trekking이 끝나고 내려갈 수 있을지..



뒤를 돌아봤다.


'지금 깔끔하게 포기하면, 저 올라온 길을 쉽게 내려갈 수 있어.'

하지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무조건 계속 해야한다는 뜻인지..


머리속의 생각과

내 몸이 움직이는 것은 정말 달랐다.



내 자전거..

주인을 잘못 만나서 고생을 하는 건지..

주인을 잘못 만나서 세상 구경을 하는 건지..


어쨋든, 주인을 잘못 만난건 확실하다.



Yak가 한가로이 풀 뜯는 그 옆에서 앉아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이 길을 오르는 모든이들이 나처럼 힘들 것이기에.. 모두가 힘든건 힘든게 아니라고..'



머리와 가슴은 거리가 멀다고 했었나?

머릿속에서 명령을 내려 몸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하지만..


때론, 반대의 상황이 있다.



머리속의 명령이 없이 몸이 움직이는 것.



아니..

다시 말하자면,

아무 생각없이 내 다리가 움직이는 것.



머릿속은 이미 텅텅 비어있다.

내가 앞으로 가는데에는 머릿속에서 명령을 내려서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그냥.. 그냥...가는 거였다.


저기에 Lodge가 있고, 저기에 내가 넘고자하는 Thorong-La가 있으니까..



Thorong-La를 오르기 전에 마지막 Camp가 있는 High Camp로 가는 길이다.

아래에서 찍은 사진인데..


여기서 부터 급격히 고도가 500m가량 높아진다.

수직상승이다.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지 못함은 물론..

자전거를 어꺠에 걸치거나, 엎고서 올라가야하는 코스..



눈앞이 핑 돌았다.

허벅지는 이미 Out of control


더이상 불가능하다..

지금 몸상태로 짐달린 이 무거운 자전거를 엎고서 계속 올라간다는 것도 무리고..

아무런 힘이 없었다.


Thorong-La가 바로 눈 앞이지만..

나는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했다.


내 일이 아닌가 보다.....



그렇게 내려가려는데..

그때 누가 나를 불렀다.


"Hey-!!"


소리를 따라 위를 쳐다보니,

엊그제 만난 Poter친구 Ram이라는 친구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냅다 뛰어 내려오더니..

내 자전거에 있는 짐을 모두 풀어서 자기를 달라고 하였다.


..............


너무 고마운 친구 Ram..-!

그 순간 나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을 내어 High camp까지 오른다..


짐이 없는 자전거를 어깨에 걸쳐매고서..

한 발 한 발..

내 노란 신발은 모두 떨어져버려.. 뾰족한 모래알들이 신발 안으로 들어와도 괜찮았다.

일단, 저기 까지만 올라갈 수 있다면야...



포기하려는 순간 나를 도와준 고마운 친구들..

잊지 않을 거야 Ram-!!



이곳이 해발 5416m의 Thorong-La를 넘기 전 마지막 Camp인


High camp(해발 4880m)이다.



숙소에 도착해, Ram이 자기와 함께 View point에 가자며 나를 일으켜 세웠다.

힘들었지만.. 천천히 그곳으로 올라가보았다.



High camp에서의 Ram-!



엄청난 Annapurna 히말의 풍경이 내 앞에 펼쳐졌다.



그래, 올라오길 잘했어-!



저녁은 스파게티를 먹었다.


소화가 잘 되지않아.. 꼬들꼬들한 밥 보다는 면요리가 나을 것 같아서 시켰다.


이제 내일은 드디어 Thorong-La를 넘는다.

Thorong-La를 넘기 위해선 High camp에서 새벽에 출발해야한다.


고도가 높아서인지, 오후가 되면 구름이 끼기 때문에 앞이 안보이고 춥고 얼음이 얼기 때문에 너무 위험하다고한다.

Thorong-La는 빠른 시간에 지나쳐와야 한다는 것이다.


드디어 내일이면 5416m의 가장 높은 길 위에 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친 몸을 달래며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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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sanDavidYu 2013.06.29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