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도 브레이크도 없는 자동차 [2014.06.09 제1014호]

[이희욱의 휴머놀로지] 5월28일 구글이 공개한 무인자동차…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는 ‘문샷’ 프로젝트의 결과물

 

출처 : http://h21.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37170.html

 

 

이걸 자동차라 불러도 될까. 겉모습은 여느 자동차와 비슷하다. 골프 카트만 한 2인승 자동차다. 한데 당혹스럽다. 운전대도, 가속페달도, 브레이크도 없다. ‘출발’과 ‘정지’ 단추만 있다. 이 차에선 운전석과 조수석 구분조차 무의미하다.

구글이 무인자동차 시제품을 5월28일 공개했다. 아직은 시제품 형태지만, 성능은 놀랍다. 구글이 공개한 시승 동영상을 보자.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달린 ‘출발’ 단추를 누르면 미리 입력해둔 경로로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인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알아서 멈춘다. ‘정지’ 단추가 달려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상 상황에 대비한 장치다. 이번 시승용 자동차에선 안전을 고려해 최고속도를 시속 40km로 제한했다.

아우디나 벤츠, BMW와 도요타 같은 자동차 제조사들도 무인자동차를 개발 중이다. 구글 무인자동차는 이들과 좀 다르다. 장애물 없는 직선 도로를 냅다 달리는 반쪽짜리 무인자동차가 아니다. 복잡한 신호체계와 예측 못한 돌발 사태가 도사리는 도심을 자유자재로 운행한다.

구글의 무인자동차가 저 혼자 시내를 돌아다니는 비밀은 지붕에 달린 동그란 장치에 숨어 있다. 경광등처럼 보이는 이 장치엔 레이저 파인더가 달려 있다. 내장된 센서는 끊임없이 주변 환경을 파악한다. 이렇게 모은 정보는 위성항법장치(GPS), 지도 정보와 결합해 주행 중 상황을 파악하는 데 쓰인다.

이 무인자동차는 구글의 ‘무모한 도전’이 낳은 물건이다. 구글은 2009년부터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는 ‘문샷’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프로젝트X’ 팀도 내부에 꾸렸다.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직접 팀을 이끈다. 이들은 놀랍고, 기발하며, 엉뚱한 도전을 지금껏 이어왔다. ‘구글안경’도 그 가운데 하나다. 초고속망을 깔기 어려운 저개발 지역에 열기구를 띄워 인터넷을 보급하는 ‘프로젝트 룬’도 널리 알려진 사례다. 공상처럼 보이던 구글 무인자동차도 도전 5년 만에 현실에 바짝 주차했다.

진짜 레이스는 지금부터다. 구글 서비스는 무인자동차를 더욱 똑똑하고 영민하게 만들어주는 두뇌다. G메일과 캘린더, 구글플러스와 지도, 구글나우가 무인자동차와 결합하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출근길, 차에 올라타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구글의 음성비서 서비스 구글나우는 집에서 회사까지 가는 길의 교통 상황을 알려주고 예상 도착 시간도 띄워준다. 주말 할인점으로 가는 길엔 내 구글 검색 히스토리를 분석해 즐겨 사는 먹거리의 재고 현황도 일러줄 것이다. 구글은 또한 빅데이터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한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진화한다.

무인자동차 대중화는 경제와 문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택시가 무인자동차로 바뀌면 어떻게 될까. 지금처럼 택시를 타도 “어디로 모실까요?”라고 물어볼 필요가 없다. 미리 구글 캘린더에 일정을 등록해두면 알아서 약속 장소까지 데려다줄 테니까. 운전사가 필요 없으니 택시업계로선 운영비도 절감된다. 택시요금도 덩달아 내려간다.

구글은 올여름까지 무인자동차 시제품을 100여 대 생산해 시운전을 시작할 요량이다. 시운전용 차에는 수동 조작 장치가 들어간다. 구글 장담대로라면, 이르면 2017년께 동네 주차장에서도 만날 전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9월부터 무인자동차 면허를 발급하겠다며 힘을 실어줬다. 구글 무인자동차는 2012년 네바다주에서 도심 시험 주행을 시작한 이래 아직까지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


하지만 구글 무인자동차엔 숙제가 잔뜩 쌓여 있다. 가장 큰 고민은 기계와 사람 사이에 놓인 간극을 어떻게 줄이느냐다. 변수가 다양할수록 기계는 허점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도심 속 복잡한 교차로나 예상 못한 공사 현장 같은 변수는 여전히 구글 무인자동차의 주행을 가로막고 있다. 구글도 교차로 일단정지 지점, 차선 변경과 진입 같은 사회적 신호가 특히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이용자 사생활 보호 문제도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그 전에 우리 마음속에 오래도록 채워진 운전대와 브레이크에 대한 믿음부터 풀어야 하겠지만.

이희욱 <블로터닷넷> 기자 asadal@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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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sanDavidYu 2014.06.0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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