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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 경제』

구글·애플 ‘자동차 가전’ 시대 연다. - 이코노미스트, 1224호(2014.02.17)[20]

구글·애플 ‘자동차 가전’ 시대 연다
자동차로 눈 돌린 글로벌 IT기업
조용탁·고성준 이코노미스트 기자
구글 300개 넘는 전기차 관련 특허 보유 … 애플은 차량 인포테인먼트 선호도 1위

 

“20년 안에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을 지배할 것입니다. 신기술을 앞세운 신흥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주도한 수많은 사례가 있습니다. 구글은 신기술을 추구하며 혁신을 주도해온 기업입니다. 신기술이 주도하는 새로운 시장에 언제든지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지난해 6월 구글의 전기자동차 시장 진출 가능성을 언급했다. 영국 요크셔에서 열린 전기자동차대회에서다. 그는 “필름 카메라가 한 순간에 디지털 카메라로 바뀐 것과 유사한 변화가 자동차 시장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ES 전시면적 30% 전기차 관련 제품

구글은 전기차 시장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존 자동차업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운영시스템을 제공하는 동시에 독자모델도 개발 중이다. 구글은 지난해 아우디·GM·혼다·현대·엔비디아 등과 함께 개방형 자동차연합(OAA)을 결성했다. 구글이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기반 플랫폼을 사용하며 스마트 자동차 시대를 준비하는 모임이다.

이 중 구글과 특히 긴밀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한 기업은 아우디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4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구글이 개발한 자동주행 시스템이 장착된 아우디 전기차가 등장한 배경이다. 현대차와 메르세데스 벤츠는 구글 글래스를 인포테인먼트(인포메이션+엔터테인먼트) 가젯(특별한 이름이 붙어 있지 않은 작은 기계장치·도구·부속품)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운전 중 구글 글래스를 착용할 수 있는 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현대차는 올해 출시한 제네시스 모델에 구글 글래스 지원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리키 후디 아우디 전자기기 개발 책임자는 “IT 기술의 발전으로 운전자와 자동차가 교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OAA는 이런 혁명적인 변화를 이끄는 시장 선도 조직”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IT기업들이 자동차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번 CES는 ‘자동차 가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CES에 전시된 자동차 관련 제품들의 면적은 전체 전시장의 30%에 달했다. BMW·벤츠·아우디 등 9개 자동차 업체가 참가했고, 삼성·소니·인텔의 부스마다 자동차가 자리 잡았다. 자동차 제조사들과 가장 긴밀히 협조하는 기업으로는 구글과 애플이 꼽힌다. 

구글은 이미 300개 넘는 전기차 관련 특허를 보유했다. 스마트카용 운영시스템과 차량 인포테인먼트 기술에서 앞서 있다. 애플은 음성 인식 기술 시‘ 리’에 기반한 지식 내비게이터 적용에 힘 쓰고 있다. 애플의 운영시스템인 iOS로 차량을 조작하는 기술 개발에도 성공해 사업을 함께할 자동차 브랜드를 놓고 고심 중이다. 두 기업은 미국 소비자 선호도에서도 가장 앞서 있다. 캘리블루북(KBB)의 미국 시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량 인포테인먼트 운영체제 선호도 1위는 애플 (38%), 2위는 구글(32%)이었다.

자동차 업체들은 스마트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IT기업과 적극적으로 손을 잡고 있다. 협력은 자동차에 적용되는 소프트웨어부터 배터리, 중앙연산장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까지 광범위하게 진행 중이다. IT기업은 자동차 제조사에 운영시스템과 플랫폼을 제공하며 차량용 운영체제를 개발 중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원거리에서 자동차를 조작하는 기술도 각광받는다. 

삼성 갤럭시기어나 구글 글래스가 대표적이다.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자동차 배터리 현황과 충전 시간은 물론 운행 기록 등 기본적인 차량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주차 위치, 연료 잔량 등 차량 상태 정보를 원거리에서 확인하고 관리하는 기술도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테슬라·닛산 등 전기차 선도 기업은 미국 통신기업 AT&T와 손잡고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BMW는 삼성 갤럭시기어로 음성조작이 가능한 전기 자동차 i3를 선보였다. 인포테인먼트 운영체제 선호도 3위(16%)를 기록한 마이크로소프트는 2010년도부터 포드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포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정 에너지 관리 소프트웨어를 올해 출시할 전기자동차 ‘포커스’에 적용할 계획이다.

자체 전기차 제작 준비 착착 진행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IT 기술을 적용한 신차는 이미 필수사항으로 자리 잡았다. 액센츄어의 조사에 따르면, 차량을 구매할 때 자동차 엔진 출력보다 차내 설비 기술을 더 중시한다는 답이 두 배에 달했다. 조사 대상 운전자의 39%가 신차 선택 때 최우선 고려사항이 차내 설비 기술이라고 응답했다. 

자동차의 주행성능을 신차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응답한 운전자는 14%에 그쳤다. 스마트 차량이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심재익 액센츄어코리아 제조·유통·소비재·서비스산업 대표는 “자동차와 IT의 융·복합은 이미 현실”이라며 “새로운 시장을 놓고 자동차 제조사, 통신기업, 금융사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자동차 제조사와 IT기업은 새로운 경쟁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IT기업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전기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다. 구글·애플·삼성전자·LG전자 등 글로벌 IT기업은 이미 전기자동차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기존 차량은 내연기관 생산벨트가 엔진이 중심이다. 

이와 달리 전기차는 모터와 배터리가 차량의 핵심 장비다. 전기차 시장이 활짝 열린 시점에서 배터리와 전기모터 기술력을 확보한 IT기업은 내연기관 업체와 대등한 경쟁이 가능하다. 테슬라와 같은 신흥 기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테슬라의 주요 부품은 글로벌 IT기업이 제조한다.

IT기업들은 이미 전기차 자체 제작을 준비 중이다. 애플은 콘셉트카인 ‘iMove’를 기획 중이다. 맥킨토시 하우스에서 디자인을 담당한 3인승 전기차다. 애플은 2020년까지 기존의 자동차와는 다른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구글은 2007년부터 ‘RechargeIT’이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전기차를 개발했고 이미 상업성 테스트까지 마쳤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전기차 생산을 위한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